2018년 3월 21일 수요일

늑대 한 마리 감금하는 소설 11

재규어와 늑대는 한참을 교감의 여운에 젖은 채 서로의 살갗을 간질였다. 늑대의 정액으로 푹 젖은 이불이 차갑게 식어갔다. 늑대는 천천히 일어나 재규어의 몸을 감싼 천을 모두 걷어내고, 장롱 서랍에서 무엇을 꺼내 들고 와 재규어의 앞에 보였다. 목줄이었다. 본래 그가 늑대를 위해 준비한 것인데 자신이 쓰게 되어 영광이라고 생각하며, 재규어는 새삼 들뜬 얼굴로 늑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늑대는 한발짝 물러나 무력히 묶인 재규어를 감상했다.

"잘 어울리네요."
"고맙습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기쁩니다."

늑대는 조그맣게 웃음을 삼켰다. 재규어는 그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망막에 새겼다. 늑대가 다시 다가와 그의 손발을 풀어주었다. 재규어는 운신이 자유로워지자 몸을 일으키고 다소곳이 앉았다. 늑대는 목줄을 만지작거리다가 장난삼아 두세 번 당겨보았다. 재규어는 온순하게 그의 손짓에 끌려왔다. 늑대는 그가 몹시 사랑스러워 그의 얼굴을 품에 안고 두툼한 양손으로 그의 둥근 귀와 뒤통수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콧잔등이며 얼굴 곳곳을 뒤덮은 늑대의 정액이 그의 가슴팍으로 옮아갔다. 재규어는 공연히 혀로 그를 핥았다. 늑대는 간지러워하며 맑은 웃음을 흘렸다. 재규어의 성기가 새로이 맑은 액으로 코팅되어 갔다. 늑대는 해소되지 않은 그의 정욕을 알고도 부러 모른 체했다. 재규어는 그가 일러둔 바 없음에도, 마찬가지로 그에 손대지 않고 다만 늑대의 두툼한 가슴 근육에 주둥이를 비비며 늑대의 체취를 맡았다. 늑대는 그에게 가슴을 한동안 내어주다가 떼어내었다. 재규어는 아쉬운 기색의 금색 눈동자로 늑대를 올려보았다. 늑대는 안심시키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루시. 씻을래요? 내가 씻겨줄게요."

재규어는 전신의 털이 늑대의 것으로 뒤덮인 지금이 꽤 마음에 들었으나, 그의 손길을 받는 것 역시 달가웠으므로 잠자코 그를 따라 일어섰다. 늑대는 눈웃음을 슬쩍 짓고는, 목줄을 느슨하게 끌며 욕실로 그를 이끌었다. 재규어는 그가 걸음을 늦출 때마다 목줄에 걸리는 장력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그를 따랐다. 익숙한 초소지만, 그를 목줄에 걸어 이끌고 있는 늑대의 뒤통수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모르는 낯선 곳처럼 느껴져, 그는 신기해했다. 가운을 벗은 늑대는 초소에 딸린 싸구려 욕조에 그를 세워 두고 열수기에 연결된 샤워기로 미지근한 물을 그의 털 곳곳을 적셨다. 재규어는 물이 닿을 때마다 움찔거렸다. 늑대는 의아해했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신경 쓰지 마십시오. 단지, 물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거슬려서 그럽니다."

늑대는 고민하다가, 자신의 손등 위로 물을 뿌려 그에게 바로 닿지 않게 했다.

"이제 좀 낫습니까?"
"네."

재규어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그는 거슬림이 사라진 것보다 늑대가 마음을 써준 일이 더 달았다. 늑대는 그의 털을 충분히 적신 후에 온몸을 샴푸로 거품을 내어 문질렀다. 재규어는 그의 탐스런 근육을 야무지게 주무르는 늑대의 정성스러운 손가락이 조금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늑대는 털이 없는 젖꼭지와 아플 정도로 부푼 채인 성기는 일부러 건들지 않고 그 주위만 야살스럽게 문질렀다. 늑대는 어느새 재규어와 몸을 밀착한 채 그의 몸 곳곳을 욕심껏 주무르고 있었다. 흥분에 달아오른 짐승은 자극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재규어의 음낭을 움켜쥐고 장난치는 늑대의 손바닥으로 재규어의 흥건한 선액이 샴푸와 섞여들었다. 여름이어도 저녁은 선선한 산속이지만, 재규어는 무척이나 후끈하다고 느꼈다. 필시 그의 등 뒤로 달라붙어 그를 희롱하는 늑대의 탓일 성싶었다. 어느새 다시 좆집 밖으로 나온 늑대의 성기가 그의 꼬리 뿌리 주변을 지분거렸다. 늑대가 손바닥을 그에서 뗄 때마다 점도 높은 액체가 음압을 만들어 외설적인 흡착음이 생겼다. 그는 늑대가 성감대를 접촉해올 때마다 뜨거운 커피가 쏟아진 것처럼 흠칫 놀라야 했다.

그의 목줄을 쥔 늑대의 다른 손은 가슴팍 두터운 털을 손가락 사이사이에 집어넣어 빗질하듯 올려쓸었다. 그는 늑대의 큰 손바닥이 심장 어림을 지나 빗장뼈에 다다를 때마다 갈비뼈가 굳어버린 듯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의 유려한 꼬리가 늑대의 달군 쇳덩이를 애써 휘감았다. 늑대가 화답하듯 두꺼운 두 상체 사이로 압착된 성기 및 꼬리 복합체를 느긋하게 움직여갔다. 알이 굵은 고환을 하나씩 점검하던 늑대의 손은 결과에 만족한 듯 천천히 자리를 옮겨 재규어의 좆집을 확인했다. 늑대는 그 겉넓이를 손끝으로 빠짐없이 수색하다가, 방향을 바꿔 항문 주변에 거품을 칠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한번도 남의 손이 닿은 적 없는 탓에 무척 생경한 경험이었다. 늑대의 다른 손은 슬금슬금 내려와 손가락 끝으로 형태가 도드라진 복근의 결을 매만지며 거품에 젖은 털을 거듭 쓸어내렸다. 늑대의 증기 같은 숨이 개목걸이 찬 목덜미를 타격했다. 재규어의 사고는 불안정한 통신처럼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의 국부는 가뜩 흥분한 성기 끝에서 울컥 쏟아지는 프리컴으로 흥건해 흰 거품이 옅어졌다.

"루시, 넣어도 됩니까?"

검은 짐승은 그 의미를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어가 무엇인지는 해독하지 못했으나, 주어가 늑대라면 그는 무엇이든 괜찮았다. 늑대는 굳이 재차 확인한 후에야 두툼한 손가락 둘을 차례로 내부에 진입시켰다. 재규어는 분명 처음임에도 순조로운 진행에 뜻밖이라고 생각했다가, 늑대가 손가락으로 속을 휘젓는 감각에 뒤늦게 늑대가 진동기를 삽입도 제거도 한 일이 있음을 기억해냈다. 늑대가 수월하게 전립선을 찾아 자극을 시작했다. 일전의 기이한 성감이 늑대의 손길에 맞춰 그를 찾았다. 꼬리가 제멋대로 휘어지며 늑대의 성기를 감아 쓸었다. 늑대가 닿은 모든 부분이 달군 철판 같았다. 그는 그를 구워버릴 것 같은 열기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늑대의 손짓이 갓 잡은 물고기처럼 그의 구멍을 헤집었다. 어느새 손가락이 셋으로 늘어 있었다. 목덜미를 해일처럼 덮쳐오는 늑대의 숨소리가 그의 청각 중추를 포화시켰다. 그가 꼬리를 얽은 늑대의 뜨거운 고깃기둥이 그의 등줄기를 따라 깊은 자맥질을 되풀이했다. 그의 것은 허공에 방치된 채 이따금 맑은 액 한 움큼을 뱉었다.

"좋아요?"

그는 열성적으로 긍정했다. 그는 늑대가 제공한 모든 것에 환호했다.

"그럼 시작해도 될까요?"
"부디. 간청합니다."

그의 흥분어린 절절함에 늑대는 유쾌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의 것이었다. 오롯한 존재 하나가 전부. 늑대의 입가에 사나운 희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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