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일 일요일

[요청]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어느 날 (상)


[트위터 @TunaMackerel 의 요청]

선명한 햇볕이 흐린 유리창을 지나 비닐 장판에 내리쬐었다. 봄이라지만 아직은 퍽 쌀쌀했다. 키 크고 근육이 도드라지는 체형의 용과 상어가 하나뿐인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아 오래된 LCD 텔레비전을 보았다. 화면에는 어느 산골 허름한 슬레이트 집에서 할머니가 사다리에 올라 낡은 백열 전구를 갈아 끼우고 있었다. 상어가 슬그머니 용을 바라봤다. 용은 의아한 기색으로 고개를 돌려 다갈색의 고운 눈동자를 마주했다.

"그냥, 이제는 저런 거 봐도 괜찮은가 해서."
"저런 게 뭔데? , 감전에 트라우마 있다고 걱정해주는 거야?"
". 치료를 받았다지만 아직도 신경 안 쓸 수는 없는 상태잖아."
"든든한 동생이 옆에 있으니 안심이지. 생명의 은인 아니냐."
", 그때 전까지 형이 나 은근히 싫어했던 건 기억 나?"
"벌써 십 몇 년 전 얘기를. 너 싫어했던 시간보다 좋아한 시간이 몇 배는 많아."

용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상어도 작게 따라 웃었다. 시원하게 푸르고 하얀 상어의 얼굴이 햇볕에 반짝였다. 적어도 용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상어의 푸르러진 눈동자에 비친 용의 표정이 퍽 멍청해 보였다. 푸른 눈동자? 그것은 상어가 충동적인 기분이라는 뜻이었다. 적어도 용은 그렇게 알았다. 용은 머리 한 켠에서 흐린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상어의 아름다움에 젖어 홀린 채로 앉아 있었다. 상어가 용에게 생긋 웃었다. 상어가 용에게 몸을 기대며 용의 옆구리와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용이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상어의 눈동자가 너무 가까워, 한낮과 해질녘의 하늘을 각각 닮은 용 자신의 두 눈동자가 고스란히 비쳤다. 용은 어쩐지 홀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내가 좋아?"

용은 어쩐 일인지 생각이 멀쩡히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마치 과부하가 걸린 CPU와 같았다. ‘동생이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지? , 내가 먼저 말했구나.’ 같은 생각만 천천히 머릿속을 점유했다. 용은 다만 요망스런 말을 하던 입 속이 촉촉해 보이던 것 따위나 되새기고 있다가, 상어가 침대 위로 그의 몸을 밀어 넘어뜨린 뒤에야 희미한 경각심이 일었다.

겜모, 겜모야….”

봄 햇살 머금은 보송보송한 이불이 몸 뒤로 닿고 앞으로는 상어의 크고 무거운 몸이 용을 감싸 눌렀다. 용은 상어의 서늘한 체온이 퍽 기분 좋게 느껴졌다. 용은 힘 있는 날개도 팔도 다리도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상어의 살갗은 분명 시원한데 어째서 그가 닿은 곳은 하나같이 홧홧하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용은 상황을 외면하려 시선을 빗기고 싶었으나 어쩐 까닭인지 상어의 파란 눈동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도 형이 좋아. 형이 나를 좋아하는 만큼이나.”

용은 상어가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사실은 알았다. 아니다, 그는 몰랐다. 잠깐 생각이 닿은 그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인 탓이다. 용이 느끼던 위기감이 크기를 키워 그의 심장을 두방망이질 하게 했다. 어쩌면 위기감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다, 다른 것은 있을 수 없다. 상어의 푸른 눈이 마치 용을 꿰뚫어보는 것만 같다.

형은 나를 얼마만큼 좋아해?”

아주, 하지만 그것은 네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 겜모가 그런 생각을 할 리가, 그럼 이것을 묻는 의도는, …….

적막을 깨고 진동이 울렸다. 전화가 왔다. 용은 허우적이던 상태에서 빠르게 회복했다. 용은 몸을 일으켰다. 상어는 순순히 물러났다. 용은 상어의 표정을 살필 여유도 없이 전화기에만 집중했다. 용의 오랜 친구였다. 그는 상어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는 그 행동의 이유를 차마 고민하지 않았다.

, 무슨 일이야?”
= 그냥, . 통화 가능하지?
. 그래서 무슨 일이야?”
= 별 건 아니고, 주말에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누구누구 오는데?”
= 그냥 너랑 나랑 둘이서. 혹시 동생도 시간이 되면 같이 오면 좋고.
고등학생한테 무슨 술을 먹여.”
= 민증 있으면 성인이지, . 여하튼 한번 물어나 봐. 끊는다.
그래. 그때 봐.”

용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용은 몇 초간 그 상태로 가만히 있다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상어와 얼굴을 마주했다. 다시 보리차 같은 따스한 눈동자다. 이런 때의 상어는 그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었다. 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던 긴장이 한순간에 풀어졌다.

들었지? 갈 거야?”
갈래.”
그래. ……쉬어.”

용은 공연히 망설이다가 아무 말이나 덧붙이고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상어가 어떤 눈으로 그를 쫓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

토요일 밤. 술자리는 끝났고 용의 친구는 집에 돌아갔다. 용은 상어에 의지해 집으로 가는 길을 휘청이며 걸었다. 용과 그의 친구는 마치 내일이 없을 것처럼 빠르게 술잔을 비웠고, 상어는 그런 둘을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따라갔었다. 그러다가 용이 먼저 쓰러지자 남은 둘은 그쯤에서 자리를 끝내기로 한 것이었다.

용은 몸을 가눌 줄 아는 것 같으면서도 자꾸만 도로 쪽으로 나가려고 했다. 상어는 일부러 그의 몸을 꽉 끌어안고 그의 쪽으로 기대게 했다. 용은 고개를 틀어 상어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활짝 웃었다. 상어는 그런 용을 아주 사랑스럽다고 여겼다. 용이 아는지 모르는지는 잘 모르나, 갈색 눈의 상어는 남의 마음을 알아채는 능력이 있었다. 그가 보기에 용은 그를 아주 좋아했다.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으로 봐야 옳을 정도로 좋아했다. 용이 마음이 원체 선명했기에 오인할 수도 없었다. 상황이 그런데도 용이 자꾸만 그와 거리를 두려는 이유를 상어는 이해하지 못했다.

". 형은 내가 좋지?"
"우음? 그러-. 나는 우리 겜모가 제일 좋아."
"근데 왜 자꾸 피해?"
"피해? 피했나? 아닌데. 아닌가?"
"그럼 뽀뽀해도 돼?"
"어엉? , 안돼애."
"이유가 뭐야?"
"그건, 그건, 이상해, 우린 형제고..."
"......"

상어는 더 이을 말을 찾지 못했다. 상어의 생각이 복잡해졌다. 근친 관계가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것은 그도 익히 알았다. 그러나 상어는 개의치 않았고, 또 상어는 입양된 구성원이라 상황이 모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용의 생각은 상어와 다른 듯했다. 서로가 형제라는 사실에 의심도 하지 않는 모습은 고마웠지만, 그래도 가끔은...

"겜모야, 우리 집에 안 가?"
"?"

상어는 그제야 자신이 멈춰 서서 꼼짝도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어는 애써 생각의 사슬을 끊고 형을 부축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

형제는 자취방에 도착했다. 용은 알아서 신발도 외투도 벗고 상의도 하의도 속옷도 벗었다. 용은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올 때면 몸이 덥다면서 어김없이 모든 옷가지를 벗어 던져 방바닥을 어지럽히곤 했다. 상어는 일찍이 다시 옷을 입히려는 시도를 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역사가 오래되어, 체념하고 이불이나 잘 덮어주는 데 만족하게 된 지도 꽤 되었다. 용은 밤하늘과 꼭 닮은 짙은 청보라색 가죽으로 방안의 어둠을 헤엄치다 침대에 풀썩 다이빙했다. 상어는 불을 켤까 하다가, 제각기 다른 각도로 보석처럼 달빛을 반사하는 용의 비늘이 아름다워, 상어는 가만히 걸어 그에게 다가갔다. 용은 두 팔을 활짝 펼쳐 상어를 반겼다. 상어는 사양 않고 그를 마주 안았다. 용의 몸이 꽤나 뜨겁다.

"나는 겜모가 좋아."

용이 밤바람이 묻어 서늘한 상어의 옷 위로 얼굴을 비빈다. 상어에게는 자극이 상당했던 듯, 슬릿 안에서 한 쌍의 성기가 부풀었다. 용은 동생이 그런 줄도 모르고 상어를 한껏 껴안고 애정을 표현했다. 상어의 당혹스런 고동색 눈이 강렬한 파랑으로 돌변했다.

, 나도 좀 더운 것 같은데 옷 좀 벗겨줘.”
? 겜모도 더워? 으음안 돼. 혼자 벗어.“
그치만 몸에 힘이 없는걸……술을 너무 마셨나 봐.”
그래애? 그럼 가만히 있어봐. 내가 벗겨 줄게.”

겜모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테피에게 더욱 기대었다. 테피가 서툰 손놀림으로 어렵게 겜모의 옷을 벗기면 겜모는 새로 드러난 부분마다 후끈한 용의 신체에 가져다 붙이곤 야살스럽게 비벼댔다. 겜모는 은근슬쩍 테피의 고간과 여타 성감대를 스치며 자극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테피는 크게 움찔거렸지만, 겜모를 굳게 믿는지 실수로만 여기는 듯했다.

테피가 겜모의 웃옷을 모두 벗기고 바지 버클에 손을 댔을 때, 잔뜩 성나 팔뚝 만큼 부푼 한 쌍의 성기 역시 테피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테피는 어리둥절해하며 몇 차례 더듬어 보고서야 깜짝 놀라며 손을 뗐다. 테피는 손을 떼고서도 어안이 벙벙해 눈 둘 곳을 몰라했다. 겜모는 평상시와 다른 테피의 모습을 귀엽다고 생각했다. 물론 평소라면 이런 같잖은 수작에 넘어가지도 않을 테지만.

"왜 벗기다가 말아? 나 덥단 말이야."
아니, 그게, …”
왜애, 그럴 수도 있지. 빨리 벗겨줘.”

테피는 당황을 추스르지 못하다가 겜모가 거듭 재촉하고서야 떨리는 손을 다시금 겜모의 허리춤에 가져다 대었다. 겜모는 일부러 자세를 틀어 형의 손이 성기에 닿도록 유도했다. 테피는 다시금 크게 움츠러들었지만, 이번에는 바지 단추를 벗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자꾸만 헛손질이 이어졌다. 테피는 그때마다 자지가 불끈거리는 고간에 다시 손을 가져다 대어야 했다. 겜모는 테피에게 몸을 완전히 기대고 살갗을 부대꼈다. 아까 전에 비해 테피의 체온이 부쩍 높아진 느낌이다. 겜모가 슬슬 외설적인 신음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테피의 손에 닿은 두 기둥이 맥박 치는 통에 테피가 멈칫하는 빈도도 잦아졌다. 아닌 게 아니라, 잔뜩 얼굴을 붉힌 채 상어의 바지를 벗기려고 시도하며 두 자지를 골고루 자극하는 상황은 겜모에게 보통 흥분되는 일이 아니었다.

상어에게는 아쉽게도 마침내 테피는 단추를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테피가 떨리는 손으로 굴곡 있는 표면을 따라 지퍼를 내리자 뜨겁고 말캉한 속살을 감싼 속옷이 모습을 천천히 드러냈다. 겜모에게는 그 일이 어쩐지 특별하게 느껴졌다. 테피가 천천히 하의와 속옷을 같이 내렸다. 이미 흥분해 잔뜩 비어져 나온 프리컴이 속옷 안에 흥건해 테피의 손등을 적셨다. 두 성기가 끄트머리부터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끝 부분이 마찰로 자극받아 투명한 액이 송골송골 방울 맺혔다. 프리컴으로 끈적해 매끈하게 달빛을 반사하는 기둥 부분도 차례차례 밤 공기를 맞으러 나왔다. 겜모는 이제 의도하지 않아도 음란한 신음 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다. 테피의 팔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의 머리도 따라내려가, 손이 발목에 가 닿아 있을 때 그는 겜모의 늠름한 성기와 눈높이가 맞았다. 마침내 발목에서 옷을 벗겨낼 때, 이슬이 곱게 맺혀있던 기둥 중 하나가 용의 코끝에 부딪었다. 물론 테피는 우연으로 알았다. 테피는 겜모의 성기가 닿은 부분이 간질거리는 것 같았다. 용은 손으로 코에 묻은 액체를 훔쳤으나 손에 흥건하던 액체로 도리어 더 더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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