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1일 수요일

늑대 한 마리 감금하는 소설 9

재규어는 비스듬히 그를 부딪는 늦은 오후의 광자 흐름 속에서 느지막이 눈을 떴다. 늑대의 온기는 온데간데 없었고, 다만 마른 수건 여러 장이 축축한 침대보를 가리고 얇은 여름 이불이 그의 젖은 맨몸을 덮어 데우고 있었다. 검은 맹수는 늑대의 자상함에 귀를 붉히고 고개를 조금 숙였다. 재규어는 늑대의 매력을 결박된 손을 꼽아가며 헤아리고 있다가, 문득 조용한 바깥을 인지하자 불안과 공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숨소리마저 죽인 채 초조함 속에서 방문 바깥의 세계에 귀를 기울였다. 저 멀리 무성한 나뭇잎을 바람이 가르는 소리, 지저귀는 새 울음소리, 그리고 더 가까운 곳을 스쳐가는 바람 소리...아니, 그것은 무수한 가는 물줄기가 쏟아지는 소리였다. 재규어는 늑대가 샤워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 추측했다. 그러고 보니 그는 몸 곳곳에 상처가 있었다. 물이 들어가도 괜찮은 것일까. 재규어는 그런 환자를 데리고 네 차례나 격렬한 교미를 가진 사실에 자괴했다. 그 과정에서 검은 짐승은 늑대와의 즐거웠던 장면들을 모두 반추해보고, 다시 흥분했다. 재규어는 지친 기색도 없이 혁혁한 위용을 드러낸 그의 커다란 성기의 민감한 면면을 따라 수건의 보풀 한 올 한 올을 주도면밀하게 감각하며, 양심의 가책에 괴로워했다.

재규어는 어느새 희미하게 들리던 물소리가 그친 것을 인지했다. 그는 다시 숨을 죽이고 긴장하며 바깥의 소리에 집중했다. 5분 가량의 정적이 있고, 단단하고 쫀득한 물체가 나무 바닥과 규칙적으로 부딪는 충격음이 재규어의 쫑긋한 귀로 들어왔다. 재규어의 꼬리가 이불 속에서 기대감 속에 헤엄쳤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포식자의 습관대로 닫힌 방문에 시선을 고정한 채 미동조차 않았다. 발걸음이 방문 앞에서 멎고, 문고리가 부드럽게 회전했다. 빛의 직사각형이 서서히 넓어지며 목욕 가운을 입은, 조금 놀란 기색의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어나셨네요. 출출하시죠? 아까 보니 냉장고에 샌드위치가 있던데 가지고 올게요."
"잠시만요!"

재규어는 충동적으로 그를 불러세웠다. 그는 그가 늑대에게 뭘 원하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늑대가 의문 어린 시선으로 가만히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재규어는 늑대의 맑은 눈동자에 홀려, 의식의 뒤켠에 스친 찰나의 소망을 무심코 반출했다.

"쓰다듬어 주세요."

늑대가 조금 놀라 눈을 키웠다가, 그를 귀엽다고 생각하여 맑은 웃음을 흘렸다. 재규어의 귀와 목이 달아올랐다. 늑대가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따끈한 뒤통수와 목덜미를 양껏 매만지고 그 위에 입을 가져가 털을 골랐다. 재규어의 성기가 흉흉하게 부풀고, 액이 다시 새어나왔다. 보송보송한 수건이 그 물기를 훔쳐갔다. 그러나 늑대는 곧 고개를 들었고, 이어 손도 거두었다.

"루시. 내 손길이 그리웠어요? 매번 잊지 않고 쓰다듬어 줄게요."
"그..."

재규어는 말을 끌다 고개를 푹 숙이고 그의 시선에서 도망쳤다.

"...고맙습니다."

늑대는 재차 맑은 웃음을 머금고, 재규어의 코끝을 짧게 핥은 뒤 그에게 짧게 말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재규어는 온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마른 수건에 질척한 성기를 연신 비벼댔다. 그는 진동기의 부재를 아쉽게 느꼈다.

늑대는 쟁반에 차가운 샌드위치와 우유 두 잔을 챙겨들고 금방 돌아왔다. 늑대는 다소 어수선한 그의 상태를 의아하게 여기며, 침대 머리에 딸린 서랍 위에 쟁반을 올려두고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늑대는 약속대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와 얼굴을 가까이 했다.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닙니다. 그보다,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먹은 것이라곤 미카엘 씨의 정액뿐이군요."

늑대의 귀끝이 달아오는 걸 느끼며 공연히 샌드위치를 만지작거렸다. 늑대는 슬그머니 재규어를 곁눈으로 바라보고는 보관용 랩을 모두 벗겨낸 샌드위치를 그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 재규어는 늑대에게 쓰다듬받으며 늑대가 먹여주는 일이 몹시 부끄러우면서 좋았다. 그는 망설이듯 입을 조금 벌리고 늑대가 내민 샌드위치를 조심스레 한입 베어물었다. 어제 그가 직접 만들어 맛을 익히 아는데도 유독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무척 낯선 경험이었다. 늑대는 그가 먹여주는 것에 부끄러워하면서도 기뻐하는 재규어를 욕정에 찬 눈으로 지켜보다가, 어느새 한입 크기만 남은 샌드위치 조각과 함께 그의 손가락을 재규어의 뜨거운 입안에 집어넣었다. 재규어는 몹시 당황한 기색으로 늑대를 올려다 보았다.

늑대는 탁한 눈빛으로 일전의 자세를 다시 취해 거대한 그의 자지를 재규어의 입에 물렸다. 재규어는 늑대의 손가락을 피해 허겁지겁 그의 입에 남은 음식을 서둘러 씹어 삼키고 늑대의 물건을 받아들였다. 늑대는 자유로운 손으로 재규어의 눈과 귀를 힘주어 쓰다듬다가 우유가 담긴 컵을 들고 그의 자지와 손가락에 희롱당하는 재규어의 주둥이 가까이 가져왔다. 재규어는 그가 뭘 할지 몰라 신뢰와 두려움 속에서 혼란스러워했다. 늑대가 잔에 담긴 우유를 천천히 핏줄이 불거진 기둥 위로 가는 줄기로 흘려보냈다. 차가운 소량의 액체가 빠르게 늑대의 살덩이를 타고 내려가 재규어의 입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재규어는 조금씩, 그러나 쉴새없이 흘러드는 하얀 액체를 부지런하게 삼켜넣었다. 그의 목구멍 근육과 혀가 그에 맞춰 쉬지 않고 움직이며 어느새 입안 깊이 들어온 늑대의 기둥을 반복해서 뭉근하게 자극했다. 늑대는 차가운 액체의 흐름과 그에 대비되는 재규어의 뜨거운 혀와 입안 점막의 간극이 성감을 더욱 돋우는 것을 알아내었다. 늑대는 재규어의 입에 들어가 있던 손을 회수해 우유 잔을 옮겨 잡아 반쯤 남은 우유를 다시 뜨거운 성기 위로 흘려보냈다. 늑대의 자유로워진 손은 그의 몫의 샌드위치를 가져와 먹으면서 그의 성기를 입에 물고 하얀 액체를 목으로 넘기며 그를 자극하는 재규어를 구경했다. 재규어는 왜인지 모를 질투심에 늑대의 손에 들린 샌드위치를 사납게 노려보다가 늑대의 성기를 적극적으로 자극하기 시작했다. 늑대는 우유가 착지할 막대가 흔들리자 유체의 흐름이 불안정해지는 걸 보고 우유를 그에게 먹이는 걸 멈추고 3분의 1 정도 남은 우유를 홀짝이며 위아래로 느껴지는 기분 좋은 자극을 음미했다.

늑대 역시 늦은 점심을 마무리하고 빈 잔을 쟁반 위로 되돌린 뒤, 재규어의 입안 감촉을 눈을 감고 잠시 즐기다가, 침과 우유로 범벅이 된 그의 기둥을 재규어의 입에서 빼내었다. 재규어는 그 이유를 도무지 짐작하지 못해 서운한 눈치로 늑대의 흐린 눈을 올려보았다. 늑대는 손끝으로 콧등과 턱밑을 살살 긁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규어의 의아해하는 시선이 그를 따라붙었다. 늑대는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쟁반 아래 서랍을 뒤져 물티슈를 한 장 꺼냈다. 그는 다시 침대에 자리하고는 한쪽 발을 구석구석 꼼꼼하게 닦아냈다. 재규어는 그의 행동을 상당한 난제로 여겼다. 대신 그는 그동안 타액과 우유로 더럽혀져 맑은 액을 흘려대는 늑대의 무기를 보며 입맛을 다시며 늑대가 일을 끝마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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