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는 늑대의 냉대에 어쩐 이유에선지 가슴켠이 시려왔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가 끝끝내 늑대에게 버림받으리라는 공포가 점차 그 세를 넓혀갔다. 뒷구멍의 자극이 찌르는 듯 아프게 느껴졌다. 재규어는 애처로운 눈으로 늑대의 금속 같은 눈을 올려보았다. 재규어는 혹시 모를 희망과 불안 속에서 늑대의 입이 열리는 것을 홀린 듯이 지켜보았다.
"루시, 내가 이 방에서 진동기 외에 뭘 더 발견했는지 알아요?"
흉포하던 온몸이 무력하게 묶인 채 늑대만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재규어의 눈에 점차 불안과 공포가 섞여갔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움직여 맑은 액을 한 움큼 흘려내는 성기를 축축이 젖은 침댓보에 문질러댔다. 검은 짐승의 그런 모습까지 고스란히 지켜본 늑대의 성기가 맑은 액으로 코팅되어 번득였다. 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크고 기다란 기둥을 크고 쫀득한 육구가 박힌 커다란 손으로 대가리부터 뿌리까지 두어 번 훑어 질척이는 액체를 고루 펴고, 손아귀에 빠듯하게 들어오는 그의 울렁이는 불알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재규어의 불안정한 시선이 늑대의 음란한 손짓으로 흘러들었다. 검은 짐승의 허릿짓이 그 진폭을 키워갔다.
늑대는 손을 옮겨 뾰족한 귀두 끝을 짓누르듯 어루만지며 재규어의 다리맡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창문에 기대어 선 조그만 둥근 테이블이 증거 수집용의 투명한 밀폐 봉투를 여럿 받치고 있었다. 재규어는 최대한 고개를 돌려보았으나, 세부적인 부분은 식별할 수 없었다. 그는 방안의 물건들을 떠올려 보았다. 진동기, 성기 모형, 재갈 등 늑대를 위해 준비한 (그러나 도리어 그를 위험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SM 도구가 그의 기억을 스쳐갔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의 사적인 물건들이었고, 그가 속한 조직과 관련된 모든 물품은 조직의 건물 밖으로 유출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심지어 신분증 역시 위조된 것을 소지했다. 재규어는 문제될 것이 없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저릿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수 초간 들리더니, 늑대가 다시 그의 앞으로 걸어왔다. 늑대는 증거물들을 그에게 잘 보이도록 들어 내밀었다.
그것은 사진이었다. 재규어가 초소에서 위장 신분으로서 이따금씩 지내면서, 매일매일 무료한 시간을 자위를 하며 함께 보냈던, 늑대의, 사진. 너무 익숙하게 생각되어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침대에 설치된 구속구와 다양한 SM 기구들은, 그의 사생활으로 변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카엘이 특정됨으로써, 늑대의 감금이 우발이 아니라 계획적이었음을 숨길 수 없게 되었다. 신체와 정신 모두 완전한 덫에 갇혀버린 재규어는, 불가해하게도 짜릿한 성감을 느꼈다. 그는 이로써 모든 부분이 늑대에게 장악되어, 늑대가 내키는 대로 휘둘려야 했다. 그가 다른 성적 도착을 전전하며 존재도 알지 못하던 깨알 같은 복종욕을, 그에게는 더 이상 회피할 길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가 사랑하는 늑대가 그에게 명령하면, 그는 기쁘게 복종할 것이었다. 검은 짐승은 흥분에 흐려진 눈으로 늑대의 맑은 눈동자를 뚫어지게 올려보았다.
늑대는 당황했다.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커다란 자지를 감싸쥐고 천천히 매만지던 손놀림까지 그대로 멈춰버렸다. 대체 무슨 과정을 거치면 잔뜩 궁지에 몰린 사람이 갑자기 발정이 나버린단 말인가? 늑대는 커다란 난제를 마주한 기분으로 그 자신을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면밀히 관찰했다. 모두 제복을 입고 현장에서 싸우고 있거나, 경찰서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같이 나온 사람들과 장소를 보면 꽤 오래 전에 찍힌 것도 있었다. 늑대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그를 올려다 보고서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허리를 세차게 움직여대는 검은 짐승을 힐끗 쳐다보고 눈살을 조금 찌푸리고는, 적선하듯 진동기의 강도를 몇 단계 올려주었다. 이제 고개를 쳐들고 낮고 잦은 신음 소리까지 흘려대는 재규어를 심란한 표정으로 조금 더 지켜보다가, 저렇게 좋아하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흘려 내보내고는, 다시 추리에 집중했다.
우선, 엊그제의 습격부터 늑대의 낙오와 이곳으로의 유도, 그리고 재규어의 감금은 모두 이어져 있었다. 재규어는 조직 Occu-Fur에 속해 작전에 대한 결정권이 있거나, 그런 사람과 커넥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진들은 Occu-Fur, 혹은 협력 조직, 혹은 민간의 제 3자에게서 얻었을 것이다. 이제 범행의 동기에 대한 물음이 남는다. 늑대는 그 의문을 두고 5초쯤 고민하다가, 깔끔하게 본인에게 듣기로 결정했다. 늑대는 재규어의 발정난 얼굴 가까이로 고개를 접근했다. 재규어가 그의 주둥이를 핥으려고 들자 그는 손바닥으로 이를 제지했다. 재규어는 젤리 같은 육구를 두어 번 핥다가 늑대의 손에 눈두덩을 비벼댔다. 늑대는 떨떠름한 심정으로 재규어의 뒤통수를 다시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루시. 몇 가지 좀 물을 게 있어요. 성실하게 답변해 주세요."
재규어는 늑대의 냄새가 나는 손바닥에 코를 박고 숨을 몰아쉬다가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루시, 이 사진들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재규어는 늑대의 정갈한 목소리를 흥분 속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 말뜻을 파악하고 그의 얼굴이 잠시 어두워졌다. 그의 눈동자에 불안과 체념이 스쳤으나, 이내 사라지고 다만 남은 것은 오롯한 복종욕과 흥분 뿐이었다. 늑대는 잠시 멀쩡해지는가 하더니 다시 발정이 나 뒤집어진 그의 눈동자가 꺼림찍해 몸을 잠깐 굳혔다.
"오래 전…3년 전부터 당신을 지켜봤습니다. 어두운 골목에서 제 부하들을 때려눕히는 모습이 빛이 나서, 당신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말을 마친 재규어가 늑대의 손바닥을 재차 핥으려 들었다. 늑대는 질겁하여 급히 손을 빼내었다. 늑대의 눈동자에 스친 거부를 포착한 검은 짐승의 눈동자가, 차츰 더 혼탁하고 어두워졌다. 독점욕과 복종욕이 기이하게 결합되어 검은 짐승의 머릿속을 채워갔다. 낮고 포악한 울음소리를 흘리며 그는 늑대의 불안정한 눈을 지긋이 올려다 보았다. 늑대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에게서 한 걸음 멀리 물러섰다. 검은 짐승은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퇴폐적인 웃음을 지었다.
늑대는 불안한 마음을 추스리며 재규어의 발언을 곱씹었다. 3년 전, 어두운 골목, 자기 부하를 때려눕혔다. 그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이라 특정 사건을 집어 말하기 어려웠다. 늑대는 침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취조를 재개했다.
"당신은 그날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죠?"
"그날은 우리가 데브 시 외곽 항만 하적장 부근의 안가에서 약 배급선과 접촉해 물건을 넘겨주고 있을 때 미카엘 씨를 포함해 다섯 명의 경찰이 습격했었습니다. 저는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후방에서 퇴각을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늑대는 기억이 났다. 그날은 몸싸움이 심하게 벌어져 상황이 정리되었을 때는 이미 증거물이 모두 빼돌려진 상태였다. 그 때문에 무척이나 허탈해했었는데, 그것이 이 자의 짓이었다니. 늑대는 눈을 돌리고는 잠시 그를 흘겨보았다. 재규어가 눈웃음을 지었다.
"미카엘 씨."
그의 부름에 늑대가 다시 그를 마주했다. 재규어의 금빛 눈에 기이한 열기가 맴돌았다.
"성실히 답변했습니다. 그러니까 미카엘 씨, 착한 애완동물에게 상을 주십시오."
늑대는 재규어의 발언에 다음 질문을 까먹었다. 그는 자신이 무슨 정신으로 10분 전에 재규어를 애완동물이라고 부른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와 별개로, 그는 홀린 듯이 재규어의 머리맡에 다가가 흥분에 겨운 재규어의 옆얼굴을 쓰다듬었다. 재규어는 늑대의 손바닥을 핥으며 조금 흐려진 늑대의 눈동자를 감상했다. 늑대는 이제 피하지 않았다. 두 짐승의 사이에서 열기가 다시 지펴졌다. 늑대는 침대 머리맡을 올라, 정강이를 침대에 붙이고 다리 간격을 벌려, 우뚝 선 그의 거근을 재규어의 주둥이 바로 위에 들이밀었다. 그는 기대와 희열에 찬 재규어의 눈을 그의 고간 사이로 내려다 보았다. 검은 짐승이 혀를 한껏 내밀어 뾰족하게 만든 혀끝으로 늑대의 먹음직스러운 불알을 문지르며 핥아올렸다. 늑대는 음낭과 밑둥 주변을 능수능란하게 헤엄치며 그를 한껏 자극하는 빨갛고 말캉한 혀의 감촉에 감탄하며 수액이 물처럼 새어나오는 기둥을 더욱 꼿꼿이 세웠다. 늑대는 무자비하게 괴롭혀진 그의 위아래 구멍과, 정액으로 그득한 몸속이 덥혀지며 성감이 고조됨을 느꼈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이제는 그가 재규어를 괴롭힐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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