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1일 수요일

늑대 한 마리 감금하는 소설 6

재규어는 둥근 귓바퀴와 입안에서 느껴지는 뜨뜻하고 촉촉한 감촉을 느끼며 기분 좋게 일어났다. 늑대는 재규어의 기상을 인지하고 그의 혀를 희롱하는 손놀림을 더욱 활발히 했다. 늑대의 큼직한 육체가 눌러오는 기분 좋은 압박감에 즐거워진 재규어는 재바르게 움직이는 늑대의 두툼한 손가락을 까끌하고 축축한 혀로 핥고 휘감으며 그에게 화답했다. 그는 오늘에만 네 번째로 발기한 그의 커다란 성기를 다량의 체액으로 흠뻑 젖은 침대보 위로 비벼대며, 한 손을 들어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의 손은 정해진 운동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재규어의 머리가 싸늘해지고 가슴이 갑갑해졌다. 그는 일생에 이렇게 간단하고 허무하게 배신당한 일이 없었다. 그는 목숨의 위기를 느끼며 필사적으로 온몸을 뒤틀어댔다. 늑대는 물릴 뻔한 손을 감싸쥐면서 그의 등 위에서 내려와 침대 옆에 바로 섰다. 재규어는 여러 모순되는 감정 속에서 혼란해 하다가, 차츰 늑대를 증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늑대는 재규어의 살의 가득한 포식자의 눈빛을 가볍게 비웃었다. 늑대는 다른 손에 쥐고 있던 기기를 조작했다. 소형 모터의 경박한 동작음이 방안을 울리고, 재규어의 전신 근육이 본능적으로 수축해 그의 꼬리가 꼿꼿이 섰다. 재규어의 증오 어린 표정은 즉시 당혹으로 물들었다. 그는 1초의 시간 뒤에 그의 항문 내부의 진동을 인지했다. 진동은 특별히 강한 것은 아니었으나, 재규어에게 낯설고 당황스러운 감각을 맛보이는 데에는 충분했다. 재규어의 성기가 더욱 빳빳해졌으나, 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늑대는 당황해 쩔쩔매는 재규어의 얼굴을 가까이 하고 그의 도톰한 손으로 재규어의 다소 거친 뒤통수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늑대는 강인하던 그의 눈동자가 지금따라 연약하게 보이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그의 양눈을 가볍게 핥았다. 재규어는 늑대의 따뜻하고 커다란 손길이 그의 인격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것과, 얇은 눈꺼풀 위로 민감하게 느껴지는 늑대의 축축하고 말랑한 혀의 감촉이 기분 좋았다. 재규어는 증오를 어렴풋이 잊어버린 채 늑대의 온유한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밀어 그와 입을 맞대고 혀를 섞었다. 재규어는 그가 사랑하는 이의 손길과 입맞춤의 감촉에 취해, 그가 처한 상황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어쩐지 뒷구멍의 진동도 기분 좋은 감각으로 전해오는 듯했다. 그의 발기한 성기가 다시 맑은 액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늑대는 재규어의 온순한 입속을 기분 좋게 탐색하다가, 천천히 눈을 뜨고 거리를 벌렸다. 재규어는 미련이 묻어나는 얼굴로 늑대의 시선을 마주했다. 늑대는 입을 달싹이다가, 다소 당황하더니 마림바처럼 맑은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재규어는 투명하게 맑은 그의 웃음을 사탕처럼 녹여 먹었다. 그의 귓가가 조금 덥혀졌다.

"이봐요, 재규어 씨. 그러고보니 여지껏 당신 이름도 몰랐군요. 내게 이름을 알려줄래요?"

재규어는 늑대의 맑은 목소리를 몽롱하게 감상하다가, 그 의미를 파악하고 표정을 굳혔다. 마약 밀수 조직 Occu-Fur의 주요 간부 중 하나인 그의 이름은 경찰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재규어는 그에게 떳떳하지 못한 그의 행적을 처음으로 부끄럽게 여기며, 술렁이는 가슴을 억누르고 가명을 내뱉었다.

"루치퍼, 입니다. ……루시라고 불러주세요."

재규어는 망설이다가 충동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더없이 당황하여 눈을 질끈 감았다. 세상에, 루시라니. 그는 자신이 직접 그 말을 내뱉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재규어의 얼굴은 물론 두툼한 귀와 목덜미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 늑대가 급히 웃음을 참는 소리가 그의 귀를 들쑤시며 그를 더욱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다소 불규칙해진 늑대의 손길과 뒷구멍 속의 진동이 어쩐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늑대는 근육으로 촘촘히 짜인 거대한 검은 육체와 강인하고 날렵한 외모를 자랑하는 재규어가,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을 내비치고는 놀라서 눈을 꼭 감고 얼굴과 목덜미를 잔뜩 붉힌 채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심장이 뻐근해져 오는 느낌에 괴로워했다. 그의 손 아래로 느껴지는 뜨끈뜨끈한 열기가 재규어가 얼마나 수치스러워 하는지 가늠할 수 있게 했다. 늑대는 살면서 만나온 모든 존재 가운데 지금의 재규어가 가장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늑대는 간신히 분출하는 웃음을 제어해냈다.

"그래요, 루시. 나는 루시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이 있어요. 잘 대답해줄 거죠?"

재규어는 그의 정신을 완전히 불태우는 수치 속에서 간신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늑대는 귀엽게 고개를 끄덕이는 포식자의 머리를 다시금 정성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재규어의 질끈 감긴 눈과 코와 주둥이 역시 가볍게 몇 번 핥아주었다. 재규어의 귀와 꼬리가 간지러움에 움찔대었다. 두 수인의 자지에 뻐근하게 힘이 들어가 프리컴이 꾸준히 새어나왔다.

"루시. 우선은 가볍게 루시에 대해 설명해줄래요?"

재규어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는 완전한 진실과 완전한 허구 가운데 선택해야만 했다. 그는 눈을 떴으나, 차마 늑대의 곧은 눈을 마주하지 못했다. 갈 길을 잃은 그의 시선은 방황하다 자연히 눈에 띠는 늑대의 위엄 있는 포병에 고정되었다. 그는 서서히 밀려오는 허무와 단절감 속에서 억지로 입을 열었다.

"저는, 주 정부 산림 및 야생동물 관리부 소속의 레인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 배정받은 초소 근방을 순찰하며 생태 현황 조사와 수렵 관리·감독을 하는 것이 제가 맡은 일입니다. 미카엘 씨는 어떻습니까?"

재규어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거짓 신분을 이야기한 뒤 늑대에게 화제를 돌렸다. 늑대는 여전히 환한, 조금은 성적으로 흥분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저는 어제 말씀드린 대로 주 경찰의 마약 감찰과 소속으로, 마약 밀매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 용의자를 검거하고 현장을 확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틀 전에 데브 시에서 저희가 역습을 받아서 급히 복귀하다가 그만 낙오되어 여기까지 쫓겨왔습니다. 그런데 좀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늑대는 잠시 고민하다 말을 이었다.

"왜 그들은 나를 숲으로 몰아넣었을까요? 추격하기에는 숨기도 쉽고 엄폐물도 많은 숲보다 평야 지대가 더 수월했을 텐데요."

재규어는 우울감 속에서 잠자코 늑대의 손길을 느끼며 들썩이는 마음을 애써 내리눌렀다. 늑대는 그에게 말을 건네면서 재규어의 눈과 입매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늑대 또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쾌감을 재규어의 고분고분한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가라앉혔다.

"루시. 혹시 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까? 그래 주시면 제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재규어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늑대와 눈을 마주했다가, 다시 시선을 내려 늑대의 꼿꼿한 성기를 멍하니 보았다.

"미카엘 씨가 찾아온 무렵의 총격음 외에는 평소와 다른 점이 없었습니다. 미카엘 씨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서 유감입니다."

미카엘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예의바른 미소로 일관하다가, 루치퍼의 머리에서 손을 거뒀다. 재규어는 미련 가득한 눈으로 늑대의 건조한 눈동자를 올려다 보았다. 루치퍼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직감했다.

"아쉽네요, 루시. 거짓말하는 애완동물에게 쓰다듬은 없답니다."

루치퍼의 동공이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떨렸다. 미카엘은 루치퍼의 그런 반응을 주의 깊게 확인했다. 소형 모터의 불쾌한 동작음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