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6일 금요일

[요청] 놀이공원

[트위터 @Furry_Kurama의 요청]

12월 초의 매서운 칼바람이 뾰족한 귀를 스쳤다. 외투를 꽁꽁 싸매도 으슬으슬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놀이공원이면 으레 있는 기념품점을 두른 유리 벽을 흘깃 보자, 노을빛을 닮은 구미호 하나가 보인다. 스스로가 보아도 귀여운 인상의 얼굴이지만, 어쩐지 마음에 차지 않는 구석은 늘 있다. 그 밑으로는 하얀 롱패딩이 작다면 작은 키의 몸을 거의 덮어, 나름 예쁘게 갖춘 옷차림이 가려진 게 조금 아쉽다. 라마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집어넣었다. 약속한 시각이 거의 다 되었다. 그이를 생각만 했을 뿐인데 어쩐지 귀 끝이 홧홧해졌다. 급히 열을 식히며 뒤를 돌아보자 마침 기다리던 이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라마야! 일찍 왔네. 많이 기다렸지?"

능글맞은 듯 사나운 듯한 웃음을 만면에 띄우고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회색 털의 늑대다. 그는 부쩍 가까이 다다른 후에도 멈추지 않고 장난처럼 너른 품에 껴안고 머리를 살짝 헝클고는 가볍게 떨어졌다. 여우는 온 얼굴이 화끈거려 앞을 보지 못했다. 그가 몰고 온 상쾌한 향이 코끝에서 떠나지 않는다. 라마는 힐끔 위를 쳐다봤다. 자신을 바라보는 부드러운 눈빛에 괜히 손가락을 꼼지락하게 되었다.

"카오 형……! 아냐, 나도 방금 도착했어!"

자연스럽게 라마의 어깨를 살짝 안듯이 이끄는 카오의 손길에 라마는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인 채 따라갈 뿐이었다. 두꺼운 외투 너머에 있을 탄탄한 몸을 생각하자니 이보다 화끈거릴 수가 없다.

*

카오는 지난달, 어플로 처음 만났다. 계정을 갓 만들고 소개 글도 비워둔 채로, 어디서 왔는지 모를 용기로 대뜸 연락을 건넸는데도 그가 흔쾌히 받아준 것이 계기였다. 그와 몇 번 대화를 나누다 직접 만나기로 한 날, 카페에서 먼저 자리 잡은 그가 잘생긴 얼굴로 생긋 웃으며 반겨줬을 때부터, 괜찮은 라멘집에서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하고 모텔에 다다를 때까지, 라마는 카오의 얼굴에 정신이 팔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몰랐다. 라마가 푹신한 침대에 멍하니 걸터앉아, 한 겹 한 겹 옷을 벗는 카오의 근육질 몸을 구경할 때였다.

"같이 씻을래?"

그제야 라마가 화들짝 놀라며 그를 올려다봤을 때 카오는 이미 딱 붙던 드로즈까지 전부 벗은 채였다. 라마가 허둥지둥 옷을 벗기 시작하자 카오는 먼저 씻고 있을 테니 천천히 들어오라며 욕실로 들어갔다. 라마는 긴장이 풀리자마자 양 볼에 손을 포갰다. 따끈따끈했다. 라마는 부끄러움 속에서 옷을 마저 벗고 욕실로 따라 들어갔다.

"처음이라고 했지?"

욕실에 들어서자 카오는 늘씬한 몸에 거품을 칠하고 있었다. 라마는 따뜻한 물줄기에 바깥의 추위를 흘려보내다가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네……!"
"너무 긴장하지 마. 처음이니까 부드럽게 해줄게. 마저 씻고 나와."

카오는 거품을 마저 헹구고는 타월을 들고 나가며 라마의 젖은 머리를 가볍게 헝클었다. 라마는 귀를 잔뜩 붉히곤 고개를 끄덕였다.


꼼꼼히 씻고 욕실을 나서자 카오는 침대에 누워 무심한 얼굴로 폰을 보다가 눈웃음을 지으며 제 옆자리를 장난스레 두드렸다. 라마가 조심스레 그의 곁에 자리를 잡고 눕자, 늑대가 번개처럼 덮치고 올라탔다. 놀란 라마는 눈앞을 가득 채운 카오의 자신감 넘치는 웃음에 귀를 붉히고 시선을 피했다. 늑대는 나지막이 웃음을 흩뜨리고 홧홧한 귀며 목덜미며 쇄골을 느긋하게 핥고 가볍게 잘근거렸다. 라마는 저도 모르게 빠져나오려는 신음을 애써 억눌렀다.

"흣……!"
"긴장 풀어."
"네……. 읏!"

늑대는 여우의 부드러운 털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슬쩍슬쩍 성감대를 하나씩 스치듯 건드렸다. 라마는 혼자 즐길 때와는 다른 성감에 파르르 떨면서 몸을 조금씩 뒤틀었다. 여우의 주둥이는 살짝 벌어진 채 달뜬 숨을 내쉬었다. 늑대는 사냥감을 노리듯 집요하게 여우와 시선을 맞추다 여우의 주둥이 속으로 혀를 섞었다. 그는 당황해 굳어버린 여우의 혓바닥을 봄바람처럼 어르고 달래며 천천히 이끌어냈다. 늑대의 손바닥 너머로 느껴지는 여우의 몸이 더웠다.

늑대는 느긋하게 손을 뻗어 라마의 무방비한 손을 거머쥐고 밑으로 가져왔다. 라마는 손에 닿은 카오의 큼직한 기둥에서 전해지는 열기를 느꼈다. 카오는 그의 손을 놓고 마찬가지로 라마의 빳빳한 성기를 그러쥐고 매만졌다. 여우의 선단에 맺힌 이슬이 늑대의 손끝을 적셨다. 늑대는 주둥이를 여우의 귓속으로 가져갔다.

"만져줘."

늑대의 숨결이 여우의 솜털을 한껏 간질였다. 라마는 숨을 들이삼켰다. 늑대가 혀를 내어 귓가를 적셨다. 여우는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어서."

늑대의 질척한 재촉에 라마는 침을 크게 삼키고 한 뼘은 되는 듯한 길이를 따라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늑대는 만족한 듯한 신음을 흘리면서 제 입으로 다시 라마의 입을 덮었다. 라마도 화답하며 혀를 마주 섞었다. 두 명의 신음이 혀끝에 갇혀 맴돌았다.

"이제 풀어줄게."

늑대가 먼저 입을 떼고 상체를 일으키고는 제가 어지럽힌 여우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봤다. 라마는 입맞추던 그대로 혀를 조금 내민 채 헐떡였다. 카오는 라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탁상에 놓아둔 젤을 가져와 손끝에 얹었다. 천천히 내려앉는 점액이 선정적이다.

"다리 들어봐."

라마는 카오의 주문에 따랐다. 다만 부끄러워 그를 마주보지는 못했다. 늑대의 큼직한 손가락이 여우의 비문에 와닿는 것이 느껴졌다. 차가운 젤이 털을 적셨다.

"넣을게."

라마가 부끄러움에 목덜미를 잔뜩 붉힌 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오랜만에 찾은 놀이공원은 몇 년 전 기억 속의 모습과 똑같았다. 다만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팔고 있는 군것질의 종류, 그리고 키가 훌쩍 크고 잘생긴 늑대가 저를 어깨동무하고 여기저기 이끌고 다닌다는 점이 달랐다. 라마와 카오는 롤러코스터에서 사이좋게 환호성을 지르고는 내려와 누가 더 비명을 더 크게 질렀는지를 두고 웃음꽃을 피웠다.

"카오 형, 이제 뭐 탈까?"
"그러게? 음, 귀신의 숲 어때?"
"어……. 귀신의 숲?"
"아냐, 아냐. 싫으면 다른 거 하자."

라마가 떨떠름한 기색을 보이자 카오는 급히 손사래를 친다. 당황한 카오를 안절부절못하고 바라보던 라마는 큰 결심을 한 듯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가자! 형이랑 붙어 다니면 괜찮을지도 몰라……!"

카오는 흠칫하더니 홧홧해진 귀를 젖히고 고개를 홱 돌렸다. 라마는 갑자기 더워진 마냥 손부채질하는 카오를 보고서야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챘다. 덩달아 낯이 뜨거워진 라마도 시선을 피하고 손부채질에 동참했다. 그러면서도 여우는 부끄러워하는 늑대를 슬쩍슬쩍 훔쳐다 보았다.

'혹시……?'

라마의 시선이 카오의 움찔거리는 귀, 갈팡질팡하는 꼬리, 그리고 꼼지락꼼지락하는 손가락에 멎었다. 라마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카오의 손을 붙잡으려다 마침 카오가 돌아보자 급히 내렸다. 심장 박동이 그에게 들릴 것같이 컸다. 여전히 당황한 표정으로 카오가 입을 열었다.

"그럼……. 갈래?"
"그래……!"

카오는 아까처럼 라마의 등을 감싸고 길을 이끌려다가, 멈칫하더니, 아무 일 없었던 듯 라마의 등에 팔을 결연히 둘렀다. 라마는 평소보다 힘이 들어간 팔을 느끼며 홧홧한 열 속에 어쩔 줄 모른 채 그와 발걸음을 맞췄다.

낮게 뜬 겨울 햇볕이 따뜻했다.

*

둘은 직원의 환대를 뒤로하고 어둠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잠겨 들었다. 라마는 카오의 옷깃을 붙잡고 최대한 가까이 붙었다. 카오는 예고한 대로 제게 달라붙은 라마를 두근거림 속에서 힐끔 내려다보았다. 은은하게 달콤한 향이 옅게 맴돌았다. 그는 희미하게 닿은 보드라운 온기가 오래도록 제 곁에 머물기를 내심 바라면서 여우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에 맞춰 걸었다.

갑자기 검은 무언가가 앞을 스쳐 지나갔다. 라마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카오에게 안겨들었다. 카오는 제 품 속의 여우를 소중히 끌어안았다. 라마는 그의 품속에서 잔 떨림을 진정시키다가 퍼뜩 몸을 떼어냈다.

"괜찮아?"
"으…응! 미안해……! 너무 달라붙었지?"
"아냐, 뭘. 직원한테 내보내달라고 할까?"
"아냐, 아냐! 이제 처음인데 그럴 순 없지!"

라마는 걱정 가득한 카오를 되려 이끌고 앞으로 향했다. 카오는 바로 따라붙어 전처럼 그를 감쌌다. 따뜻했다.

음산하게 깜빡거리는 불빛, 덜커덕거리는 플라스틱 괴물, 그리고 갑자기 뿜어지는 연기가 나올 때마다 여우는 번번이 늑대를 찾았다. 카오는 제 옷자락을 붙잡은 채 벌벌 떨리는 그의 손을 보면서 걱정이 떠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제게 의지하는 그가 기꺼웠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왜, 왜 그래? 앞에 뭐 있어?"
"아, 아냐, 없어. 계속 갈까?"

카오는 가깝게 선 라마의 얼굴에 흠칫해 반 발짝 물러섰다가, 돌아왔다. 그는 착실히 앞으로 진행하면서도, 시선이 자꾸만 여우에게 붙잡히는 것을 어찌할 줄 몰랐다.

*

둘은 어쩐지 귀끝이 조금 홧홧해진 채 햇빛 아래로 나왔다. 늑대와 여우 합쳐서 꼬리 열 개가 겨울바람에도 포근하게 흔들렸다. 라마는 카오의 얼굴을 힐끔힐끔 보다가 늑대가 이쪽을 볼 때면 안 본 척 시치미를 뗐다. 그러다가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

"재밌었다. 형이랑 같이 있으니까 하나도 안 무서웠어!"
"…그랬어? 다행이다."

카오는 반신반의하며 라마의 얼굴을 살폈다. 라마가 귀여운 눈웃음으로 마주했다. 늑대는 심장이 쿵쾅대는 것 같아 금방 고개를 돌렸다. 그는 멋쩍은 듯 여우의 어깨를 감싼 손을 고쳐 잡았다. 카오는 괜히 서둘러 화제를 바꿨다.

"그, 이제 어디 갈래? 가고 싶은 데 있어?"
"음……. 아."
"생각난 곳 있어?"

라마는 뭔가를 떠올리고도 쑥쓰러워 우물쭈물했다. 카오는 제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여우의 반응을 잘 살피지 못했다. 여우는 조금 더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줄곧 가고 싶었던 곳을 털어놓았다.

"그럼……. 관람차 보러 갈래?"

*

찌걱. 찌걱.

늑대의 굵은 손가락이 서너 개씩 여우굴에 숨었다가 빼꼼 모습을 보였다가 했다. 여우는 음란한 흡착음이 부끄러워 손으로 얼굴을 가렸으나 늑대는 손목과 손바닥에 이어 손가락 하나하나를 혀끝으로 스치듯 핥아 간지럽혔다. 늑대는 나머지 손으로 발딱 선 요망한 유두를 꼬집고 굴리다가 이슬이 맺힌 첨탑을 맴돌듯 문지르며 괴롭혔다. 늑대의 숨결이 바짝 선 털 한 올 한 올을 건드릴 때마다 여우의 손끝이 움찔거렸다.

"생각보다 금방 풀어졌네. 이제 넣어도 되겠다."

늑대의 야릇한 숨이 여우의 귓속을 간질였다. 폭신한 아홉 꼬리가 움츠리듯 떨었다. 여우는 밀크초콜릿 같은 목소리에 제가 대신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벌써 온몸에 열기가 돌았다.

"콘돔은 쓰는 게 좋아, 그냥 하는 게 좋아?"
"흐, 그냥 하는 게, 좋아요……!"
"그래? 그냥 하는 게 좋아?"
"네……!"
"그럼 바로 넣는다?"

늑대는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짓다가, 곧바로 짓궂게 웃었다. 그는 우뚝 선 자지에 윤활제를 넉넉히 부으면서, 부끄러운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인 여우의 볼을 살살 쓰다듬었다. 여우는 묘한 긴장감 속에서 그가 번들거리는 대물을 천천히 입구에 가져다 대는 모습을 지켜봤다. 뾰족한 끝이 뻐끔거리는 구멍에 닿았다. 늑대는 천천히 밀어 넣었다. 여우는 손가락과 달리 꽉 차는 부피감에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늑대는 여우의 야릇한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몸을 당겨 다시 입을 맞추며 양손으로 성감대 곳곳을 어루만졌다. 여우의 몸이 벌써 파르르 떨었다. 늑대의 주둥이에 걸린 웃음이 짙어졌다.

"아흐으……."
"잘 느끼는걸? 기대돼."

늑대의 혀끝이 쇄골에서 목을 타고 볼을 지나 귀 끝에 닿고, 다시 얼굴 곳곳을 간질이고 입속을 희롱할 때까지 길고 굵다란 자지는 차근차근 속살을 헤치며 파고들었다. 가장 굵은 부분이 뭉툭하게 단단한 부분을 뭉근하게 누르며 스쳐 가자 여우의 몸이 들썩거렸다. 늑대는 일부러 느긋하게 왕복시키며 그 부분을 주무르듯 문질렀다. 늑대가 삼킨 여우의 숨이 부쩍 가빠졌다.

"하아……. 흐읏……!"
"여기가 좋아?"

늑대는 전립선을 간질이듯 살살 문지르다 내킬 때마다 꾹꾹 누르며 여우의 반응을 즐겼다. 여우는 허리를 타고 찌르르 흐르는 성감에 어쩔 줄을 몰라 상체를 비틀었다. 그러나 늑대가 제 몸으로 지긋이 힘을 주어 누르자 이내 그마저 못하게 되었다. 여우는 눈을 질끈 감고 숨을 헐떡였다. 그는 온몸이 열로 가득해 마치 불을 토하는 것 같았다. 늑대가 입을 맞추어 왔다. 끈적하게 혀가 섞이고 더운 숨이 오갔다. 카오는 점점 압박의 강도를 더해가다 곧 참지 못하고 성기 끝으로 잘게 찍어누르기 시작했다. 늑대는 제 속에 들끓는 충동을 억누르며 혀를 얽는 흐름에 맞춰 느릿하게 짓쳐 박았다. 그와 맞닿은 여우의 온몸에서 열기 섞인 떨림이 전해졌다. 늑대의 혀가 더 깊이 파고들었다. 여우는 늑대의 몸을 힘껏 끌어안으며 그가 전달하는 쾌락의 파도에 몸을 맡겼다.

"속도 올릴까?"
"으핫……! 하으응……!"
"이런, 다 들리겠는데."

늑대가 주둥이를 옮겨 여우의 귀에다 나직이 속삭였다. 주둥이가 비어버린 틈을 타고 여우의 신음이 흥건하게 비어져나왔다. 늑대는 키득 웃으며 잔뜩 젖힌 귀에 입을 맞추고는 유려하게 상체를 세웠다. 늑대는 잔뜩 달아오른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손을 미끄러지듯 내려 프리컴으로 얼룩진 복부의 털을 움켜쥐고 성기로 도톰한 전립선을 힘을 주어 찔렀다. 여우의 몸이 강한 자극에 들썩거렸다.

"흐앗……!"
"하아……."

늑대는 부드럽게 문지르다가도 이따금 거세게 박아넣으며 여우를 괴롭혔다. 여우는 눈을 제대로 뜨지도 감지도 못한 채 자극을 따라가는 데 급급했다. 늑대는 그 모습을 보며 더 흥분해 참지 못하고 점점 짓쳐넣는 빈도가 잦아졌다. 여우의 머릿속은 더욱 엉망이 되어갔다.

*

늑대의 허릿짓은 점점 속도를 높여갔다. 둘은 정신없이 서로의 주둥이 속을 탐하며 혀를 섞었다. 여우가 끈적한 신음 소리를 늑대의 목구멍으로 흘려넣었다. 그 억눌린 신음이 늑대의 귀에 한층 더 음란하게 들렸다. 비좁은 구멍이 쫀득하게 기둥을 붙잡는 흡착음, 탄탄한 살결이 부딪치는 소리, 숨결을 섞으며 헐떡이는 소리, 그 모든 소리가 잔뜩 부푼 성기를 더욱 흥분하게 했다. 프리컴으로 흥건한 자지 끝이 여우의 전립선을 쉴새없이 들이받았다. 여우의 것에서 흘러나온 선액 또한 두 짐승의 복부를 흠뻑 적셨다. 여우의 양팔이 늑대의 날렵한 등을 필사적으로 끌어안은 채 파들파들 떨렸다.

"흐급……! 햐……. 좋아……! 좋, 읏, 흐아……!"

여우의 드러난 엉덩이 밑으로 아홉 꼬리가 늑대의 허리놀림에 맞춰 음란하게 물결쳤다. 늑대의 대둔근이 꿈틀거리며 공성추를 밀어붙일 때마다 그의 허리를 어설피 휘감은 붉은 양발이 움찔거리며 움츠러들었다. 그는 순간 허리를 유려하게 젖히며 고개를 한껏 짓쳐들었다가, 주둥이를 여우의 무방비한 목덜미에 내리꽂았다.

"흣……! 흐어, 아, 아으, 하앙……!"

찰나의 아픔은 살필 새도 없이, 여우는 배로 격렬해진 맹공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뜨거운 성기가 그의 내부를 유린하고는 조금의 틈도 두지 않고 다시 쳐들어와 마구잡이로 때려댔다. 그의 턱을 타고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털을 적시고 그 위로 타는 듯한 늑대의 숨결이 휩쓸었다. 온몸의 근육이 쥐어짜듯 경련했다. 육체의 모든 곳이 불살라지는 것만 같았다.

"끄흑……!"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여우는 주둥이를 앙다물고 고개를 끝까지 젖혔다. 세포 하나하나까지 고통과 쾌락이 범람했다. 마치 머릿속이 마구 휘저어져 엉망진창이 된 것 같았다. 그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이 영원할 것 같은 감각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댔다. 근육 한 올 한 올이 감전된 것처럼 끊임없이 달달 떨렸다.

늑대가 목을 울렸다. 움직임이 더 짧고 빨라졌다. 가뜩이나 두꺼운 성기의 밑둥이 잔뜩 부풀었다. 늑대는 끝없이 들이치는 파상공세를 펼치다 마침내 성기를 끝까지 밀어넣고 온몸을 긴장시켰다. 여우의 속에 파묻힌 성기가 흉흉하게 팽창했다. 정액으로 부글거리는 듯한 큼직한 고환이 일시에 끌어올려지고 곧장 뜨거운 늑대 씨앗이 대량으로 퍼부어졌다. 늑대의 골반이 한 차례 들썩이고, 다시 한 발, 다시 한 발……. 일부는 강한 압력을 타고 구멍을 빠져나와 주변을 흠뻑 적셨다. 여우는 내부를 타고 번지는 불길 같은 감각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아, 하아……."

늑대는 거의 한 움큼을 쏟아내고서야 사정을 멈추고 여우의 위로 쏟아졌다. 두 짐승은 격렬했던 절정의 여운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늑대는 물고 있던 목덜미를 천천히 핥다가 여우와 입을 맞췄다. 여우는 아직도 제 속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늑대의 성기와 그득한 정액을 느끼며 그와 혀를 섞었다. 두 짐승은 거의 감길 듯한 눈으로 하염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밤은 길고도 깊었다.

*

둘은 천천히 관람차에 올랐다. 좁은 공간에서 마주 앉아 무릎이 겹쳤다. 여우는 맞닿은 부분이 홧홧해 움찔거렸다. 둘은 괜히 쑥스러워 마주보지는 못하고 조금 비껴 창밖을 구경했다.

문이 닫히고 세상이 점점 멀어졌다. 이제 둘 뿐이었다. 겨울의 이른 노을이 카오의 회색 볼을 붉게 물들였다. 카오는 시선을 돌려 라마의 옆 얼굴을 바라봤다. 뾰족한 귀, 보드라운 털, 고운 눈, 그리고 달콤한…….

라마가 슬쩍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카오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부쩍 가까워진 그의 귀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라마가 장난스레 바람을 후 불자 늑대는 놀라 귀를 파닥이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췄다. 둘은 관람차가 한 뼘 두 뼘 흘러가는 동안 서로의 눈동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슬그머니 라마가 먼저 시선을 돌리고는 손을 꼼지락거렸다. 노을을 닮은 그의 털빛이 한꺼풀 붉어진 듯 보였다. 카오는 여우의 아홉 꼬리가 살랑이며 그를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그는 마침내 손을 뻗어 라마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그의 손끝이 움찔거렸다. 라마는 카오가 잡은 손을 망설이듯 쳐다보다가 고운 손가락을 움직여 깍지를 꼈다. 이번에는 카오가 움찔거릴 차례였다. 카오는 묘하게 들뜬 시선으로 라마의 얼굴을 살폈다. 라마가 생긋 눈웃음을 지었다. 맞잡은 손에서 열기가 전해졌다. 심장이 세차게 쿵쾅거렸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었다.

저 멀리서 후두둑 소리가 들렸다. 둘의 고개가 동시에 반대편 창으로 향했다. 노을의 건너편 어둑해진 동쪽 하늘에 화려한 폭죽이 빛을 뿌렸다. 땅거미가 진 나무며 호수가 더러 보석처럼 반짝였다. 붉고 푸른 빛이 차창을 넘을 때마다 유리에 둘의 상이 번뜩이며 맺혔다. 카오의 눈은 번번이 유리에 비친 라마에게 향했다. 창 너머의 두 눈동자는 다음 불꽃이 일었을 때에 그를 마주보았다. 카오가 맞잡은 손을 굳게 쥐었다가 힘을 풀며 다시금 라마를 바라보았다. 카오는 결심한 듯 숨을 들이키고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라마야……."
"응……!"
"…….. 오늘……. 덕분에 참 재밌었다. 다음에 또 와도 재밌겠는걸."
"그러게, 나도 형이랑 같이 노니까 좋았어."
"그, 그래……!"

카오는 말을 꺼내고도 공연히 망설이다가 시선을 내리며 적당히 말을 이었다. 잠깐의 대화가 끝나고 차 안이 다시 고요해졌다. 라마는 카오의 반응을 세심하게 살피다가 심호흡을 하고 깍지 낀 손을 살짝 끌어당겼다. 카오의 두 눈이 노을처럼 그를 올려다봤다. 여우는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카오 형……. 나, 형 좋아해."

여우는 마음을 털어놓고 눈을 질끈 감았다. 동그래진 늑대의 눈동자에 라마의 긴장한 얼굴을 배경으로, 놀람과 당황, 의아함이 스치고 마침내 환희가 가득 흘러들었다.

"정말? 나를?"

여우는 두어 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꼭 감은 두 눈은 활짝 웃은 늑대가 그를 세차게 끌어안자 동그랗게 떠졌다. 잔뜩 들떠 힘껏 흔들리는 꼬리가 시선을 끌어당기고, 온몸을 휘감은 낯설고도 익숙한 온기가 귀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늑대의 떨림이 맞닿은 부분을 타고 그에게 파고들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 소리가 그의 귀를 가득 메웠다.

"나도, 나도 좋아해, 라마야……!"

라마는 자신을 단단하게 끌어안은 카오를 힘껏 마주 안아주었다. 마치 창 밖의 불꽃놀이 같은 형형색색의 감정이 더운 품속에서 너울거렸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천천히 서로를 다시 마주 보고, 입술을 맞붙였다. 어둑해지는 겨울 하늘을 다시금 폭죽이 환하게 물들였다.